[연재 - ADO Urban Study] 시카고와 인천, 도시만나기 01


ADO Urban Study


정상희 글, 이홍규 사진
『시카고와 인천, 도시 만나기 - 시각예술로서의 도시 읽기』중 들어가는말

  
이홍규 <1407040641> 디지털프린트, 2014
(<시카고와 인천, 도시만나기> 중 p.4 수록)
도시를 읽는다.

읽는다는 것은 글을 보고 그 음대로 소리 내어 말로써 나타내거나 글을 보고 거기에 담긴 뜻을 헤아려 안다는 사전적 의미로 설명할 수 있다. 글을 읽는다는 것이 이러한 뜻이라면, 도시를 읽는다는 것은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그 자체를 보거나 그 안에 담긴 또 다른 의미를 헤아려 보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.
손과 눈을 움직여 한 장 한 장 넘겨가는 행위를 통해 글을 보고 생각과 가슴으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해하듯이, 도시 읽기는 도시를 걷는다는 행위를 통해 시작된다. 도시의 동서남북을 가로지르며 걷다보면 같은 곳일지라도 매 순간 새롭게 느껴진다.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역사적 규칙과 같이 우리의 경험은 기나긴 역사의 일부로 자리한다. 21세기인 오늘날 미술관에서 19세기 모네의 <해돋이>를 감상할 때처럼 시간을 초월해 전시공간에 위치되어 관객이 특정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작품을 경험하게 되듯이, 오랜 시간의 층이 켜켜이 쌓여 있는 도시를 걸으며 우리는 한 장소 한 공간이 지니는 역사의 일부가 된다.
 
 

도시를 감상하다. 
..... 중략 .... 한 점의 그림을 온전히 감상할 때 그 작품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정보나 작가에 대한 다양한 정보는 꼭 필요하지 않다. 비록 차후에 작품에 대한 더 많은 이해를 위해서는 필요하겠지만 말이다.. 즉각적인 경험, 특히 시각적 통로에 근거한 경험은 각자의 주관적인 기준과 경험 등의 삶을 통해 쌓아진 것들로 인해 다양하게 펼쳐질 수 밖에 없다. 한 점의 그림을 감상하고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설치 작품을 살펴보듯, 도시를 감상한다. 우리는 매일 순간을 다양한 공간을 경험한다. 내가 사는 도시를 안다는 것은 이와 같이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겹겹이 쌓이면서 시작된다.
 
이홍규 <1407040641> 디지털프린트, 2014
(<시카고와 인천, 도시만나기> 중 p.24 수록)
도시를 걷다.
시카고와 인천을 걸었다. 인천과 시카고는 나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도시이다. 평생을 서울을 거점으로 생활하고 일해오다 잠시 방문했던 두 도시. 그리고 또 다른 인연으로 일정한 기간 동안 머물렀던 두 도시는 마치 미술관에 걸리지 않으면 실제로 볼 수 없더라도 익숙한, 하지만 실제로 볼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경험을 주는 한 점의 그림과 같은 존재이다. 이 책은 끊임없이 걷고 또 걸으며 마치 거대한 미술작품을 감상하듯 두 도시를 만나며 시작되었다.
두 도시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바라보며 접근했다. 대상을 인천의 중구를 중심으로 한 구도심과 송도를 중심으로 한 신도시, 그리고 시카고의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한 지역들로 한정했다. 기존의 학술적 데이터와 이론들을 기반으로 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, 도시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에 의지해 시각적으로 이해되는 도시들에 대한 단상을 기록하고자 했다.
이 책은 앞으로 이뤄질 ADO 도시연구의 서론에 해당하는 것으로, 글을 최소한으로 하고 시각적으로 경험한 시각예술로서의 도시 읽기에 대한 시도를 담았다.
시간은 흘러가고 경험도 멈추지 않는다.

   

 
(아도크리에이션에서 출간한 단행본 "ADO Urban Study 01- 시카고와 인천, 도시만나기 시각예술로서의 도시읽기"에 수록된 원고 중 일부로 구성되었습니다.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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